[월요리포트]북한 고위공무원에게 듣다…"오바마 대통령은 '회사원'…적대시 정책 문제"
북한 고위공무원(이하 Mr.NK)은 비록 북측이지만 조국애와 해박한 지성으로 미국과 남측을 바라봤다. 북한 내부 인식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편의상 북한을 북측, 남한은 남측으로 표기한다. -미국과 남측은 북측의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핵실험을 강행하는 이유는 "(미국과 남측은)우리가 핵무장을 왜 했는지 '원인제공'은 생각하지 않는다. 핵실험(미사일 포함)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 인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좀 잘살아보자고 노력했다. 근데 그걸 못하게 하지 않나. 소.미 군비증강 때처럼 (한미군사훈련 등 군비경쟁이) 매번 우리 진을 빠지게 한다.남과 북은 생존방식이 다르다. 남은 재래식 무기를 많이 수입하지만 북은 재래식 군비경쟁이 부담이다. 핵무장은 최소한의 자기 생존권이다. 우리는 이를 똑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100년 전 우리는 국방.외교.정신적 힘도 없었다. 더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자기 생존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외세의 침략 위험을 없애고자 한다. 자기안보를 담보할 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자기를 지키고 (경제발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Mr.NK는 핵무장을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 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핵-경제 병진발전'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패를 확신하는 이들도 많다. "재래식 군비경쟁은 끝이 없다. 우리가 미쳤다고 군비경쟁에 몰두하겠나. 가장 바라는 바는 국방비를 줄여서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일이다. 안에서 뭐를 좀 해야 하는 데 불안하면 경제가 안 좋다. 생존권이 담보되지 않는데 경제를 살리고, 인민 생활을 개선한다는 말은 이상주의다. 핵과 경제 병진노선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부득불 선택이다. 우리를 침범하면 상대방도 죽는다는 이치다. 핵 하나를 똑바로 해놓으면 경제에 집중할 수 있다. 병진발전이 현실성이 없다면 가만히 지켜봐 달라. (주변국이) 청포도(=병진발전)를 놓고 시다 달다 평만 하는 모습이다. 병진발전 비판은 '핵을 포기하고 우리 말을 들어라'라는 심리전이다. 병진발전은 현실에서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자기생존권이 보장되면 투자도 나서고 경제발전에 집중 가능하다. 실제 투자도 많이 하고 경제도 좋아졌다." -북측 체제가 불안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붕괴론 목소리도 높다. "자본주의 시각으로 보니까 우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똘똘 뭉쳤는지 아는가. 체제가 불안하다는 말은 희망 사항이다. 우리는 흐트러짐이 없다. 우리는 구조적인 사회다. 남측이나 미국식 사고로 온건파와 강경파를 구분하는 공식 자체가 틀렸다. 당은 유일지도체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당에서 결정한 일이면 모든 구성원이 따라가는 게 우리 시스템이다. 사회주의 이념 아래 호상 간 한 가정처럼 보건, 교육, 주거 등을 다같이 해결한다. 이상을 가지고 사상, 문화, 교육 등 '정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붕괴론은 미친 소리다. 우리말로 '개방귀'(아무런 쓸모도 없는 하찮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고 한다. 붕괴론을 꺼내는 모습은 초보적이고 철학도 비전도 없다. 현실 앞에 눈 감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모습이다." (※Mr.NK는 붕괴론 이야기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붕괴론이 과학적 또는 논리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핵실험 후 미국 정부는 강도 높은 제재를 언급하고 북미 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사원' 같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계속된다. 우리가 불안하다는 여론을 국제적으로 인식화하려고 한다. 반공화국 적대적인 심리전이자 일종의 교전 방식이다. 미국이 군사훈련을 하면 긴장이 고조된다.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한반도가) 불안하고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시종일관 북미평화협정을 이야기했다. 사실 원론적인 말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이 과정에서 (핵포기 등) 무장해제, 조건부를 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 대박을 강조했다. 지금은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대북제재를 강조한다. "박근혜 정권이 자멸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솔직히 우리는 대화를 하자고 했고, 기회도 많이 줬다. 남측 정치가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 북과 남은 군사훈련 때 방어를 강조했지, '공격'이란 말은 차마 말하지 않았다. 이젠 대놓고 '평양 참수'를 언급한다. 자기 동족을 죽이겠다는 이들과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나. 남의 나라까지 가서 제재를 외치는 것은 다시는 상종 안 하겠다는 말이다. 옛날 아버지 방식으로 그 길(제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은 상대방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통일 대박, 대박이라는 말은 요행수를 바라는 말 아닌가. 철학과 신념을 갖고 이야기해야 하는 데 너무 계산적이고 즉흥적이었다. 통일 기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점령하거나 먹어 치우겠다는 생각은 상대방 존중이 결여됐다. 우리는 남북 간 교류를 일관되게 하자는 입장이다." -남북 관계란 무엇인가. 남측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고민을 많이 한다. "북남이 신뢰하려면 상대방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남은 상호 불가분 관계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MB 5년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지키고 싶었다. 6.15, 10.4 공동선언을 실천해야 한다. 북남이 평화로우면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다. 남측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싸우면서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다만 나는 지금의 남측 (대북정책) 담당자들을 바보라 본다. (대북정책이) 과학적인 것도, 논리적인 것도 없다. 바보짓이 따로 없다. 우리는 나날이 새롭게,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활기와 자신감으로 '만리마 운동'도 하는 데 (남측은)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성이 떨어지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계속 들이대면 안 된다." -핵 문제 타결을 위한 6자 회담에 복귀할 수는 없나 "6자 회담은 자기네 이해관계의 각축전이었다. 조선반도의 평화는 다루지 않았다. 서로 신뢰하려면 조건(분위기 조성 및 약속 이행)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를 향한 공격수단은 다 갖추고, 우리 생존권은 보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보처럼 참가해야 하나. 흥미가 없어졌다." 글·사진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